육아와 책 사이, 그리고 『소년이 온다』를 마주하기까지
예전에는 책을 곧잘 읽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루의 끝자락에 조용히 책장을 넘기며 생각을 정리하던 시간들—
그 시간들이 참 소중했는데,
두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가 전쟁처럼 흘러가는 요즘은
그 ‘책 읽는 여유’라는 게 참 멀게 느껴지곤 합니다.
하지만 문득문득,
지금 내 삶에 어떤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 때
책을 사서 읽게 됩니다.
그건 단순한 정보 때문이 아니라,
내가 다시 나를 찾기 위한 아주 작은 시간,
작은 숨구멍 같은 것이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셨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이름을 본 순간, 문득 『소년이 온다』가 떠올랐습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저로서는
자연스레 이 책에 손이 갔고,
우리의 아픈 역사 속에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를 찾게 해주는 이야기라는 걸,
읽고 나서야 실감하게 되었어요.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토록 아픈 시간이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과거를 외면하지 않아야 해.
그리고 그 기억 위에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하지 않을까?”
책 한 권이 준 울림이었고,
엄마로서, 이 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과 조용한 다짐을 안고 책장을 덮었습니다.
『소년이 온다』 책 정보
저자: 한강
출판사: 창비
출간일: 2014년 5월
장르: 한국 현대소설
페이지 수: 215쪽
주제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억, 상처, 연대, 인간 존엄
책의 줄거리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설입니다.
중학생 ‘동호’는 시민군의 시신을 지키기 위해 도청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겪게 되는 잔혹한 현실과 인간성의 상처, 그리고
그 사건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여러 인물의 시점을 통해 교차적으로 그려집니다.
이 책은 ‘동호’라는 소년의 눈을 통해
그날 광주에서 벌어진 비극의 진실을 마주하게 합니다.
마음을 울린 문장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는 말할 수 없다.”
이 문장을 읽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진실을 말해야 하는 책임이 얼마나 무겁고
동시에 얼마나 절실한가를 느끼게 했던 문장이었습니다.
“그 아이는 그저 거기 있었다. 세상의 모든 무고한 생명을 대신해.”
한 명의 소년을 통해 우리가 지켜야 할 존엄성의 의미를 절실하게 전합니다.
이 책이 나에게 남긴 것들
이 책을 읽고 며칠 동안은 뉴스에서 마주치는 사회적 고통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느껴졌어요.
우리가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건, 누군가의 희생 위에 있다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라는 것.
아이를 키우며 ‘세상이 왜 이렇게 폭력적일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는데,
『소년이 온다』는 그 질문에 대해 더 인간적인 방향으로의 사유를 선물해 줬습니다.
작가 한강에 대해
출생: 1970년, 광주 출생
대표작: 『채식주의자』, 『흰』, 『소년이 온다』
수상 이력: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채식주의자』)
2014년 황순원문학상
2005년 이상문학상
2024년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는 잔잔하지만 강렬한 언어,
그리고 존엄과 생명에 대한 깊은 통찰로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소년이 온다』는 그중에서도 가장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인이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
기억의 책임:
역사를 바로 기억하고, 그 기억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의 중요성
공감의 확장:
남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은,
세상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큰 변화를 만듭니다.
연대의 의미:
나 혼자만의 생존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책임과 용기
마무리하며
『소년이 온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 흐르는 건 분노가 아니라,
기억과 연대, 그리고 사람에 대한 깊은 사랑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정의로운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아주 특별한 마음의 공간에 있었던 것 같아요.
혹시 지금, 육아와 삶에 지쳐
잠깐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면
이 책이 그런 순간의 징검다리가 되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엄마들,
그리고 오늘을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소년이 온다』가 조용한 위로와 다짐이 되기를 바랍니다.